수련체험기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입니다.

바른 몸에 바른 마음이 담기는 것입니다.

- 도운선사 -

몸 건강

건곤단법수련체험기 2011.03.08

본문

작성자 : 방도우


    세세 호출(細細 呼出) 하고 세세 흡입(細細 吸入) 하되 비용(鼻用)하고...



건곤단법 시작하며 국선도강해 건곤단법 페이지를 조심스레 열어보던 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수련체험기를 적는 시간에 이르니 감회가 새롭다.



    십간, 십이지에 따른 단법 행공도의 도합 22의 글자 자체가 천지 기운의 흐름과 변화의 모습을 따르고 있고 행공 자세도 글자의 모양에 따라 천지기가 상합케 되어 있다고 하는 놀라운 이치와 행공 자세, 행공도에 따른 설명을 따라가며 의미는 짐작이 되고 인식에 닿지 않는 바 없었으나, 현실적 의식, 무의식에 갇혀 버린 내 몸의, 혼의 세계가 온전히 그 놀라운 자리에 가닿을 수는 도무지 없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행공도에 따라 조식(調息)하고, 조신(調身)하며, 조심(調心) 하는 길을 맹목에 가깝도록 따를 수 있을 뿐이라는 직감 뿐이었다.



매 행공시간마다 기혈순환 체조가 끝난 후 바닥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온 몸을 마음을 편안히 내려 놓으며 숨을 고르다 보면 정전에 밝은 빛을 떠올리라는 원장님의 말씀이 들렸다.



그 빛을 인당 안쪽 상단전으로 내리고 다시 중단전으로 내려 회음까지 내렸다 하단전 깊숙한 곳에 이르게 하라는 말씀에 따르다보면 어느새 의식은 한점 강한 힘에 이끌리고 잠시의 묵음을 갖는 대금소리의 휴지기에 따라 몸을 일으켜 건(乾)의 갑법(甲法)을 시작할 자세를 취한다.


십간(十干) 10동작, 도종사님이 책에서 말씀하신 바, 하늘의 기운이 땅을 향해 쏟아지는 형상으로 머리가 하늘이요, 발이 땅의 형상을 하고 한그루의 거목이 땅에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듯 10동작 모두 다리를 벌린 자세로 굳건히 땅을 딛고 가운의 흐름도 발끝으로 합하게 하며 동작의 폭이 큰 행공에서는 기운의 중심이 허벅다리와 엉덩이로 옮기게 되는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는 지면에 접한 부분이 중심을 잡고 나무 끝으로 갈수록 부드럽게 바람에 내밭김과 같으며, 이와같이 나뭇가지가 바람에 내밭겨 바람의 흐름과 하나 됨과 같이 10동작 모두 허리 위의 상체는 힘을 뺀  채 되도록 부드럽게 갖고 엉덩이 부분 위에 가볍게 얹어 있는 듯 취하며 기운의 흐름에 맡긴다,라는 행공법에 따라 나의 몸 일체를 하늘, 땅, 나무라고 은유하고 동작에 들어간다.



숨은 하늘에서 흘러들어오고 하단전에서 맺히고 용천을 타고 올라 지기와 함께 하단전을 돌며 흘러나간다.



동작이 더해감에 따라 발 끝에 힘이 오르고 손 끝에 힘이 오르고 뒤로 잡은 두팔이 어깨로 치솟기도 한다. 발끝으로 선 몸이 금방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중기단법에서는 알지 못하던 힘이, 내 힘이 아닌듯한 힘이,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가고 흘러 몸을 펴주거나 구부리게 하고 팽창하게 한다.



이것이 천기, 지기, 하늘의 힘, 땅의 힘인가, 눈꺼풀을이마를 구르는 땀방울 같은 생각이 언듯 이마에 스친다.



나는 이미 한 그루의 나무일 뿐이었다.



건곤행공을 하면서 만나는 힘의, 고요의, 신체적 단련감의 극치적 감각은 도시생활에 젖어 살던 나로서는 일찍기 상상도 못하던 것이었다.



나날이 강해지고 나날이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이랄까.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른 차원의 존재가 되어가는 느낌. 여자인 내가 이렇게 강해져도 되는 걸까, 실없는 우려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위중하셔서 수련원에서 하는 행공을 자주 놓치게 되었다. 병원이 집이 되어버린 시간이었다. 중환자실에 계시느라 입원실을 갖지 못한 터라 대기실에서 외래진료로 북적이는 시간에도, 모두 빠져나간 텅 빈 건물 안에서도 틈나는대로 단전에 엄마를 그리고 좌사법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면회시간마다 의식반 무의식 반인 엄마에게 몸을 편안히 하시라는 말과 숨을 고요하게 하시라는 말과 마음을 내려놓으시라는 말을 반복하고 크케 부은 손을 잡고 요량껏 기운을 드리거나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을 다해 마디마디 주물러 드리는 일이었다.



그것이 국선도를 접하고 새로운 존재의 방법과 길을 얼핏 엿 본 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마의 육신을 향해, 정신을 향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최후의 것이었다.



입원하시기 전, 다리를 주물러 드리며 “엄마가 아프려고 내가 국선도를 시작했나봐요, 이 운동 하길 참 잘했지“하던 날이 생각난다. 좀더 일찍 이 수련을 할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하며 회한에 잠긴다. 그랬다면 엄마에게도 숨 쉬는 방법을 좀 더 일찍 알려드렸을테고, 상황이 조금쯤은 더 나아졌을텐데. 분명 그랬을텐데.


고령이시지만 몸, 조식(調息)조신(調身)은 물론 조심(調心)까지, 생사의 그물에 덜 아파하고 덜 두려워하실 수 있으셨을텐데 말이다.



어쨋거나 나는 엄마 앞에서 한 명의 자식이고 한그루의 나무다.


천원, 지원, 인원을 통해 사랑하는 존재를 보듬고 싶은 나무.



바라는 나무로 쏟아져 들어오고 밀고 올라오는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 그 사이에 내가 있고 그러한 존재로서의 나는 나를 비춰보고 세상을 비춰보고 있다. 

-국선도 여의도 본원 방00도우님 수련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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